[참관기] 초고령사회 노인구강관리 현장을 가다 - 일본 기관별 ① 시설
[참관기] 초고령사회 노인구강관리 현장을 가다 - 일본 기관별 ① 시설
  • 덴탈iN 기자
  • 승인 2023.09.18 10:40
  • 호수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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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호남대학교 치위생학과 정경이 교수
글/ 호남대학교 치위생학과 정경이 교수

입원 및 재가환자의 구강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 Oral Rehabilitation Society(대표 오상환)에서는 Basic, Advanced 1·2 및 Special Course까지 4가지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한 이들 중 10명을 선발해 지난 8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3일간 일본 현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일본 치과대학 교수, 구강보건과학과 교수, 치과위생사 등 다양한 직종을 섭외하여 일본 히로시마대학 치과병원과 오카야마의 1차 치과의원, 시설 등 환자가 갈 수 있는 모든 기관을 방문하고, 고령자 및 입원환자, 외래환자 구강관리 시스템을 참관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또 교육기관인 히로시마대학교 구강보건과학과를 방문해 실제로 이곳 치위생학과 학생들이 배우는 노인구강건강관리를 위한 교육과정과 기자재를 직접 체험했다.
연수 후 히로시마 대학 치의학부가 10명의 연수자에게 직접 교육 이수증을 수여했다.

■ 히로시마 소재 시설_ Facility tour(oral care for elderly)

연수팀이 방문한 시설은 10년 전에 설립됐다. 1층은 단기요양, 2층은 장기요양, 3층은 임종을 앞두신 분들이 주로 계신 곳이다.

시설 원장님은 환영사 중 “여기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님의 즐거움은 식사, 먹는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원장님과 모든 직원들이 입소환자의 구강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설에는 현재 40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한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치과위생사, 물리치료사 등이 몸을 담고 있다.

일본에서도 옛날에는 간병인을 의미하는 헬퍼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지고 국가 자격증이 있는 전문 직종만 시설 근무가 가능하다. 간호조무사의 경우, 병원에는 있지만 시설에는 없다. 사회복지사는 화장실, 식사, 목욕 등의 생활 도우미이고, 간호사는 의료 담당, 치과위생사는 구강관리 담당으로 업무 영역이 정확히 구분돼 있었다.

우리나라 요양원에서는 간호사가 3교대 근무를 하는데 이곳은 사회복지사가 3교대 근무를 하고, 간호사는 야간근무는 하지 않는다는 것도 조금 다른 점이다.

시설의 내부 환경은 창문이 사방으로 열려있고, 나무가 주위를 감싼 풍경에 햇살이 내비치고, 새소리가 계속 들려 자연친화적인 편안함이 느껴졌다. 또한 병실 안에 화장실이나 욕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시설 입구의 신발을 갈아 신는 곳부터 병실 내부 어디에도 실내에는 문턱이 전혀 없어서 입소자들이 휠체어 이동이나 보행에도 매우 좋을 것 같았다.

환자 구강관리 케이스를 보기 위해 이동 중에 입소자들이 식당으로 나와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외출이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가능한 입소자라면 휠체어를 태워 다른 입소자들과 만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게 하고, 치매 약물로 인해 잠에서 잘 깨지 못해 테이블에 머리를 기대고 계신 분들까지도 밖으로 모시고 나왔다. 이를 본 연수팀 모두가 우리나라 요양원에 방문했을 때 힘없이 하루 종일 누워 주무시던 어르신들의 모습과 차이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이 곳 시설은 입소자의 구강건강 관리를 위해 주 1회 파트타임 치과위생사가 방문하고, 월 1회 히로시마대학 치과병원의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방문한다. 또는 입소자가 외부 치과와 개인적으로 계약을 해서 오는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도 있다.

주1회 파트타임으로 오는 치과위생사 선생님은 현재 63세로 현역에 있을 때 치과에서도 일을 했고, 치위생학과 교수로 20년 정도 근무한 후 은퇴했다. 교수로 재직했을 때도 노인 구강관리 교과목을 중점적으로 수업했던 분이다. 자신이 학교 다닐 때에 교수님이 이 시설에 다니셨고, 그 교수님이 이곳을 추천해주신 것을 계기로 지금 시설에서 구강관리를 맡게 됐다.

화요일은 2층, 목요일은 3층을 주1회, 아침 9시부터 입소자 모두 아침식사 후, 점심식사 후 2번씩 구강관리를 한다. 한 사람당 15분 정도 구강관리를 하면 수가를 인정받는다.

치과위생사가 오지 않는 요일에는 주로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하루에 3번 칫솔질을 해주거나구강티슈로 간단하게 닦아 준다. 여기서는 직원들이 하는 칫솔질은 아주 간단한 양치라고 하고, 치과위생사가 하는 것은 구강관리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시설의 사회복지사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치과위생사가 시설에 와서 입안이 어떤 상태인지, 혀가 잘 움직이는지, 혀의 상태가 깨끗한지, 치료가 필요한 건지 등 자세히 확인하고, 또 칫솔질을 못하는 입소자를 평상 시에 직원들이 관리해주면 구강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은 점점 전문화되고 체계화돼 구강관리를 치과위생사만이 할 수 있고 치과의사는 치료만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치과위생사가 아닌 간병인이나 보호자, 요양보호사가 간단한 칫솔질 정도만 하면 된다는 인식과 우리나라에도 구강관리 전문가인 치과위생사가 있음에도 다른 직종이 구강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이 날 연수팀은 환자 상태가 다른 3명 입소자의 구강관리와 월 1회 방문하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진료, Nutritional Support Team(NST)의 밀 라운드를 참관했다.

이번 원고에서는 시설에서 취급하는 치과환자- 즉, 집에서 외래로 시설을 내원한 고령자에서부터 시설에 장기입원한 환자 구강관리 등 4개의 케이스를 소개한다.

Case 1. 맞춤 제작한 휠체어를 탄 환자 구강관리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치매로 10년간 장기 입원 중인 95세 여자 환자다. 목욕 정도의 움직임은 할 수 있어서 그 자세로 휠체어로 이동해 정기적인 구강관리를 한다.
휠체어는 보통 수동형과 전동형의 일반 휠체어도 있지만 이 환자처럼 거의 움직일 수 없는 환자의 경우, 환자의 상태에 맞게 각도 조절이 가능하도록 제작한 휠체어를 사용한다.

도움은 필요하지만 입으로 식사가 가능하고, 구강 상태는 치아가 파절돼 대부분 치근만 남은 상태이며, 부분적으로 치아가 없는 상태다. 오연은 아직 없어서 흡입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이다. 치매로 인해 깨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 잠이 든 상태로 움직임이 없었는데 치과위생사가 가볍게 팔 마사지를 하고 환자 이름을 부르며 “구강관리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니 정말 신기하게도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는 반응을 보였다. 치과위생사의 목소리로 구강관리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구강관리를 위해 먼저 휠체어를 뒤로 젖혀 환자를 살짝 눕혀진 상태로 위치했다. 교과서에는 30~40° 눕혀진 자세로 위치하라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환자 상태가 모두 달라 교과서대로 적용하기가 어려워 환자가 목욕할 때 각도를 참고해 같은 자세로 구강관리를 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환자관리를 위해 직종 간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협업하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하나의 팀으로 “함께 일한다”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구강관리를 위해 치과위생사가 보안경을 착용한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경우 치과위생사가 보안경만 착용해도 구강관리를 해주는 사람인지 모르고 두려워해서 환자에 따라 보안경을 착용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한다.

라이트는 헤드라이트를 사용하면 백내장 환자의 눈이 부시므로 손 라이트를 이용한다.

이 환자의 구강관리는 물에 액체 소독제 3~4방울을 떨어뜨려 칫솔과 클리너 브러시, 첨단칫솔 등을 담가 두고, 클리너 브러시를 이용해서 구강점막의 부착물이나 음식물 잔사를 제거하며, 칫솔과 첨단칫솔을 이용해 칫솔질을 한다.

그 후 식사할 때 필요한 입 주위 근육 마사지를 하며 풀어줬다. 이 환자는 가글을 못해 삼키면 오연이 생기므로 클리너 브러시나 칫솔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바로 구강티슈로 닦아냈다. 액체 소독제는 클로르헥시딘이 포함됐으나 알콜은 함유돼 있지 않은 제품을 사용한다. 치약은 아주 조금 사용하기도 하지만 오연이 생길 수 있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클리너 브러시는 만져보니 솔이 매우 부드러웠고, 사용하다가 마모되면 딱딱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색이 변한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구강위생용품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고, 무엇보다 사용한 구강위생용품은 보험 청구가 가능하다.

일본은 입원환자나 재가환자를 위해 치과위생사가 구강관리 행위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점이다.

Case 2. 일반 수동형 휠체어를 탄 환자 구강관리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일반 수동형 휠체어를 탄 상태로 시설에 오시는 102세 할머니시다. 귀가 잘 들리지는 않지만 말씀을 아주 잘하셨다. 구강은 상‧하악 총의치 상태였고, 잘 맞는 틀니를 착용하고 있어 식사를 잘 드실 수 있다고 한다. 이 환자는 세면대 앞에서 구강관리를 했는데, 우리나라 일반 세면대와 비슷하지만 세면대 높이가 달랐다. 환자가 휠체어에 앉아 가글을 하고 뱉어낼 수 있을 정도의 높이로, 책상 밑에 의자가 들어가듯 세면대 밑으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됐다.

치과위생사는 틀니를 세척하면서 틀니 상태를 확인하고, 틀니 표면에 의치용 거품치약을 뿌려 1분간 틀니 소독을 한다. 틀니가 소독될 동안 할머니가 물로 가글을 하고 뱉어내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연수팀은 음식물 찌꺼기나 이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어르신이 구강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평소에 구강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 많이 놀랐다.

치과위생사는 틀니가 맞지 않아 입안에 상처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구강 마사지도 한다. 특히 연수팀은 우리나라에서 잘 사용되고 있지 않은 의치용 거품치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다. 우리나라에도 알약으로 생긴 의치용세정제를 물에 넣어 틀니를 소독하도록 하고, 틀니를 세척할 때 주방용 세제를 사용하도록 교육한다. 그러나 일회성에 그치고 환자가 불편함이 있어 치과에 내원하지 않으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치과위생사가 일주일에 한 번 잇몸 관리와 틀니 관리를 해주고, 환자가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전문가가 의치용 거품치약을 사용해 짧은 시간에 한 번 더 소독을 해주니 더욱 구강관리가 철저하게 잘 된다.

 

Case 3. 움직임이 불가능한 장기입원 환자 구강관리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이번 환자는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움직임이 불가능한 상태로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입으로 식사를 전혀 못하고, 튜브를 이용해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환자는 치과위생사가 병실로 직접 찾아가 구강관리를 한다. 이 환자 또한 구강관리를 시작하니 놀랍게도 스스로 입을 열어 반응을 보였다. 침대 옆 서랍장 가장 윗부분에는 구강위생용품이 가지런하게 종류별로 보관돼 있었다.

누워서만 지내는 환자의 병실에는 침대마다 흡인기가 있는데, 치과위생사가 흡인기에 흡인용 클리너 브러시를 연결한 후 물을 살짝 묻혀 혀의 배면에 있는 가래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흡입했다.

일본에서는 치과위생사가 치아 관리도 하지만 치과위생사와 간호사가 흡입하는 범위가 정해져 있다. 치과위생사가 정해진 범위 내에서 흡인기를 사용함으로써 가래가 잘못 넘어가 오연성 폐렴이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치위생학과 교육과정에 흡인기 사용법이 포함돼 학생들에게 이론과 실습을 가르치고 있으며, 시설에서 사용할 때는 반드시 자격증이 있어야 사용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다른 직종과 함께 적절한 협의를 거쳐 환자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것을 느꼈다.


Case 4. 히로시마대학 치과병원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진료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이 날 연수팀은 월 1회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치과진료팀의 진료도 참관했다.

치과의사는 한 달에 한 번 시설이나 환자의 집에 방문해 식사할 때 자세와 잘 씹고 삼키는지를 주로 검사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 치과 장비와 재료로 치료를 한다. 이 검사 비용은 무료가 아니라 수가가 정해져 있다.

이 환자는 휠체어를 탄 입원환자였고, 한 달 전에 틀니를 만들어 식사를 잘하고 건강해졌다고 한다. 구강상태는 상‧하악 부분 틀니로 남아 있는 치아가 1~2개 정도 되고, 잔존 치근이 관찰됐다.

이날 치과의사는 틀니가 잘 맞는지 확인했고, 함께 온 치과위생사는 틀니 관리와 잇몸 관리를 하였다. 틀니 관리는 의치용 거품치약을 사용해 소독했다. 남아 있는 치아와 잔존 치근을 치과위생사가 핀셋으로 동요도 검사를 하는데 동요도가 전혀 없었다.

이어 치과위생사가 치주낭 검사와 출혈이 있는 치아 등을 검사하고 칫솔과 첨단칫솔을 이용해 Plaque Control를 꼼꼼하게 한다. 이 때 치과의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차트를 들고 치과위생사가 불러주는 치주낭 수치를 기록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일본은 치과의사가 치료만 하고 치과위생사는 구강관리를 하는 업무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고, 이들이 서로 존중하며 협업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Case 5. 밀 라운드(Meal Rounds)
이 날 연수팀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당에서 진행되는 밀 라운드를 참관했다.

이곳의 식당에서는 누워서 생활하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제외하고,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환자를 모두 모시고 나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여기서는 치매로 깨어있지 않아 식탁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환자까지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밀 라운드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영양사가 모여 입소자의 식사 자세가 좋은지, 잘 씹을 수 있는지 회의한다. 치과의사가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는 입소자 목에 청진기를 대고 잘 씹고 삼키는지 검사하고 영양사는 이를 반영해 어르신마다 식사의 형태를 모두 다르게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섭식에 대해 가르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드문데, 일본에서는 치과위생사나 치과의사가 모두 섭식에 참여하고 있고, 환자를 위해서 다른 직종과 상의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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