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지붕 세가족 3쌍의 형제자매 이야기
[특집] 한지붕 세가족 3쌍의 형제자매 이야기
  • 이현정 기자
  • 승인 2024.01.17 10:00
  • 호수 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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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즐거움 함께 누리는 든든한 버팀목”

한지붕 세가족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지상파TV에서 방영된 아침 드라마다. 서울 단독주택 하나에 모여 사는 3개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을 풀어가며 인기몰이를 한 국민 드라마. 아웅다웅하며 따뜻한 이웃 간의 정을 이끌어가는 풍경이 당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치과계에도 무려 3쌍의 형제자매가 함께 근무하는 한지붕 세가족의 치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부산 이루미치과에는 1쌍의 남매와 2쌍의 자매가 함께 일하며 화기애애한 진료실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치과계 구인난과 치과 근무환경에 관한 많은 고민이 오가는 가운데서 3쌍의 형제자매가 같은 분야를 넘어, 같은 치과에서 근무하는 이야기는 적잖이 흥미롭다. 이들은 왜 함께 일하게 됐고, 치과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본지는 부산 이루미치과를 찾아 3쌍의 형제자매를 만났다.

남다른 우애가 넘치던 오늘의 주인공 김경민 치과위생사(6년차)-김보선 치과위생사(3년차), 김한비 치과위생사(6년차)-김한별 코디네이터(3년차) 자매, 자매, 김재희 코디네이터(5년차)-김동준 코디네이터(신입) 남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Q. 어떻게 남매, 자매가 함께 치과계에 종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경민 대학 입시 준비하면서 치위생학과를 알게 됐다. 보건의료 전문직의 일종이고, 치과분야 또는 보건소, 군부대 등 다양한 사회진출 경로가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전공으로 선택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에 왔다.

김보선 언니가 공부하는 전공서적을 집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언니가 읽고 있는 책을 펼쳐보고, 그림도 보면서 재밌다고 생각했던 게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김한비 이모가 치과위생사여서 어렸을 때부터 직업을 잘 알고 있었다. 대입 원서를 쓸 때도 이모와 엄마의 권유로 치위생학과를 선택했다. 대학에 진학 후 이루미치과에서 실습한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됐고, 지금 계속 이곳에 몸담고 있다.

김한별 원래 서비스직에 종사했는데, 치과에 근무해보겠냐는 언니의 권유가 있었다.

병원에 갔을 때 환자들을 처음 맞이하는 코디네이터들이 굉장히 어른스럽고 멋져 보여서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다. 사람을 만나고, 응대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코디네이터 업무가 적성에 잘 맞았고, 치과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업무에 일찍 적응했다.

김동준 물리치료학과 휴학 중이다. 군대를 전역한 후 복학까지 8개월의 시간이 남았는데 이루미치과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 중인 누나의 제안으로 이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나중에 전공을 살려 사회에 진출하려면 환자 응대를 위한 서비스와 마인드를 알아야 하므로 누나의 추천에 기꺼이 결정했다.

김재희 대학에서 원무행정을 전공했다. 어렸을 때 교정치료를 한 적이 있어서 치과분야에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이루미치과를 추천해준 것이 계기가 돼 치과에 몸담게 됐다.

최근에 우리 팀에서 인력 결원이 생기는 바람에 충원이 시급했는데, 마침 동생이 전역하고 일을 구하고 있어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Q. 다들 이 치과에 먼저 근무한 언니, 누나가 동생들에게 추천한 게 계기가 된 것 같다. 가족이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사업이 아니고서는 흔한 일도 아니고, 쉬운 일은 더더욱 아닌 것 같은데. 동생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경민 대학생 때 실습생 입장에서 왔던 이 곳이 너무 좋았다. 직장 동료들은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않나. 일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스트레스보다 훨씬 커서 동생에게 계속 자랑했다. 마침 치위생과에 재학 중인 동생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습을 하기 어려웠던 상황에 우리 치과 전영진 원장님이 기회를 마련해 주셨던 게 계기가 됐다.

김재희 동생이 전역하고, 일을 구하는 중에 마침 우리 팀에 인력 보충이 시급해졌다. 동생이 보건의료계열을 전공하다보니, 아무래도 나중에 병원 현장에서 환자를 응대해야 할 일이 많을텐데 미리 배워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 치과가 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직원을 위한 복지나 근무환경이 좋기 때문에 동생에게 권유할 수 있었다.

김한비 코디네이터 결원이 발생했을 때 내 동생도 일을 쉬고 있던 중이었다. 성격도 활발해 잘 맞겠다 싶어서 제안했다. 제안하면서도 같이 일해본 적이 없으니 걱정이 아예 안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곳에서 함께 일하면 좋을테니까.

Q. 언니 또는 누나와 같이 일하겠다고 마음먹은 동생들의 마음도 궁금하다.

김보선 재학 중일 때 실습생으로 올 수 있던 기회가 있었는데, 대표원장님이 정말 많이 가르쳐주시고 챙겨주셨다. 돌이켜보면 치과위생사로서 필요한 술기 외에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왔다.

김한별 평소 언니에게 직장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자부심을 갖고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치과인 것 같았고, 서로 즐겁게 일하는 치과 분위기가 가장 끌렸다.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흔쾌히 입사를 결정했다.

김동준 직원으로 입사하기 전에 환자로 이 곳에 와서 사랑니를 발치했다. 병원 시설도 둘러보고, 누나 일하는 것도 봤는데 집에서는 이렇게 안 웃는 누나가 직장에서 활발히 일하는 것을 보고 정말 재밌게 일하는 것 같아 좋아 보였다. 누나가 환자 응대도 배울 겸 치과에 일하러 오라고 했을 때 망설임 없이 가겠다고 했다.

Q. 막상 같이 일해보니 어떤지 이야기를 듣고싶다. 형제자매가 함께 일할 때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김경민 말이 잘 통하는 게 장점 같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서로 잘 알아듣는다. 하지만 제 동생이 업무에서 실수하거나 컴플레인이 터지면 내 마음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은 불안감도 들고.

김보선 언니에게 물어보면 더 쉽게,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도록 알아듣게 이야기해준다. 더 잘 알아듣게 이야기해주니 일을 더 잘할 수 있다. 다만 집에서 싸우는 경우도 많아서 일터에서 곤란할 때가 있고, 업무에서 실수하면 언니 귀에 바로 들어가는 건 단점이다.

김동준 누나가 밤에 퇴근하는 일이 많은데, 요즘 각종 범죄들이 흉흉하다보니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같이 퇴근하니까 안심하게 된다. 또 일하면서 모르는 것을 집에서도 물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점이라면 누나의 가식을 직접 봐야 하는 것?(웃음) 집에서는 정말 안 웃는 데 직장에서는 엄청 잘 웃는다.

김재희 단점은 동생과 같다(웃음). 원래 동생과 함께 잘 놀러다니곤 했는데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다가 함께 퇴근하게 되니 이런 시간을 다시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퇴근길에 PC방이나 노래방에 들르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김한별 앞서 이야기 나온 언제든 언니에게 바로 물어볼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언니한테는 장점일지 잘 모르겠지만 언니가 부재중인 날에도 환자가 질문할 때 모르면 전화로 물어보기도 한다. 서로 사회생활을 보고 있는 게 민망할 때가 많지만 또 서로 고칠 점을 말해주는 게 장점일 때도 있다.

김한비 자매다보니까 많이 싸우는데 직장에서 얼굴을 봐야 하니까 더 빨리 화해하게 된다. 같이 일하기 전보다 덜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같은 일을 하다보니 오히려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Q. 함께 일하고 있는 이 직장, 치과를 자랑한다면? 이 답은 나는 왜 언니 또는 누나, 동생과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지 이유가 될 것도 같다.

김경민 치과가 이전하기 전에는 규모가 크지 않았는데, 그 옛날에 대표원장님은 우리 치과가 계속 커질거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성장하고, 성과를 이루시는 것을 보니 자랑스러웠다. 이런 자부심과 존경이 우리 치과를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다.

김보선 치과 직원을 배려한 근무환경이 남다르다. 치과의 한 층 전체를 직원 휴게실과 식당, 탈의실로 사용한다. 휴게실도 고연차와 저연차방으로 나눠 저연차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했고, 집밥처럼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 또 우리 치과의 자랑이다.

김한비 우리 대표원장님은 직원 이름은 물론 실습생들의 이름까지 한명한명 모두 기억해준다. 별명을 붙여 불러주시기도 하고, 세심하게 챙겨주시기도 하는 아빠 같은 분이다. 이런 원장님과 함께 일한다는 게 자부심을 높이는 것 같다.

김한별 보통 대표원장님하면 무섭고 근엄한 이미지가 생각나지만 우리 대표원장님은 정말 아빠같은 분이다. 친근하게 대해주시고, 힘들때면 격려해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가족같은 분위기를 앞장서 만들고 있는 분이랄까.

김동준 업무가 익숙지 않은 신입이고, 여초직장이다보니 처음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너무 잘 가르쳐주시고, 챙겨주셔서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Q. 이야기를 듣고보니 무엇보다 관계가 바로 형제자매마저 함께 일하고픈 직장, 자랑스러운 직장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 같다. 이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가는 비결은 무엇인가.

김경민 저는 굉장히 바쁠 떄면 티가 좀 나는 스타일이다. 혹시 진료시간 도중 일이 있었다면 뒤에서 따로 만나 이야기하고 오해를 풀려고 노력한다. 덕분에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오해를 풀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한비 일하다보면 바쁘고 정신이 없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거나 그때에 기분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일터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 같다. 바쁠 때 서로 도와주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큰 힘이 된다.

김재희 코디네이터팀과 진료팀 간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서로 화가 난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자는 방법과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해결방식이 참 좋다.

김동준 얼마 전까지도 군대라는 상하관계가 뚜렷한 조직에 몸 담았다보니 무시나 지시에 익숙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잘한 것은 잘했다고 칭찬하고, 모르는 것은 차근차근 알려준다. 그러다보니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서 내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Q. 가족까지도 함께 일하고픈 치과계를 만들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일터가 될 수 있을까? 의견을 부탁한다.

김경민 치과 분위기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치과도 이렇게 되기까지 전 대표 원장님의 노력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회식이나 M.T처럼 단합을 도모할 수 있는 장이 자주 마련되길 바란다(웃음).

김재희 원장님과 팀장 등 간부급들이 저연차들의 용기를 북돋우며 챙긴다면 자연스럽게 고연차들도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게 조직의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실수해서 혼이 났으면 보듬어 주고, 서로 회식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도 누리고. 이런 노력은 실무자에게 기대하기보다 팀장급 이상의 간부급이 조금 더 애써야 하는 문제 같다.

김한비 분위기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종사자들이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 이런 것을 좀 더 고민해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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