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경영] 유니트체어의 배치 구조로 보는 마르크스 소외현상
[치과경영] 유니트체어의 배치 구조로 보는 마르크스 소외현상
  • 덴탈iN 기자
  • 승인 2023.03.23 13:37
  • 호수 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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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마다 내세우는 자신만의 전략이 다양하듯이 내부 인테리어에 따른 유니트체어의 배열과 구조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이를 단순화 시키면 크게 오픈형 체어 구조와 개인형(룸형) 체어 구조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오픈형 체어 구조의 장점은 효율적인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러 명의 환자가 한 공간에 있으므로 무슨 진료를 하고 있는지 동시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반면 개인형 체어로만 이루어진 치과는 환자와 스탭이 모두 개별 룸에서 진료하고 있기 때문에 실시간 소통이 어렵고 자연히 업무 효율은 떨어진다.

 

하지만 개인형 체어 구조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의료라는 카테고리에서 상당한 베네핏으로 작용하는 하나의 장점 덕에 여전히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 장점은 바로 환자와의 관계 형성이다. 오픈된 공간에 비해 개별적 공간에서는 환자와 직원간의 감정적 유대가 형성되기 훨씬 좋은 조건이다.

앞서 설명한 두 종류의 공간에 각각 환자의 입장에서 직접 있어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오픈 체어 구조에선 사소한 의사표현을 하기가 비교적 꺼려진다. 이는 진료를 보는 직원도 마찬가지다.

내가 진료중인 환자에게 하는 말을 옆에 체어에 있는 다른 직원이나 환자들이 듣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러 가지 인식적 필터를 거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환자와 직원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어렵게 된다. 물론 개인 성향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본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그래서 오픈형 체어 구조에선 환자가 느끼는 진료에 대한 만족도와 나의 업무 만족도 사이의 연결이 느슨해짐으로 인해 노동소외현상을 촉진할 가능성이 생긴다.

 

노동소외란 19세기 독일 사상가 칼 마르크스가 자신의 저작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과거보다 업무의 효율이 급격히 올라간 덕에 물질적 풍요를 얻게 됐지만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이 노동자 자신의 자아와 전혀 연결되지 않는 인간 존엄의 좌절을 낳았다.

만약 의자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가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에서 의자 손잡이를 끼우는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최종적으로 완성된 의자를 보면서 과연 내가 만든 의자다라고 말하며 뿌듯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그 의자를 마음에 들어하는 구매자를 봤을 때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 노동자가 자신이 노력한 노동의 결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 금전적 가치밖에 없다.

 

반면 산업혁명 이전에 의자를 만들던 의자제조 장인의 삶을 보면 하나의 의자를 만들기 위해 제조의 전 과정에서 자신의 땀과 노력이 들어간다. 나무를 깎고, 다듬고, 디자인을 하고, 전반적인 형태를 잡고, 최종 완성단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효율적 단계를 거친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의자는 장인의 자아와 긴밀히 연결되며 그 의자 구매자의 피드백에 귀 기울인다. 그는 의자 판매에 따른 금전적 이득뿐만 아니라 보람도 함께 얻게 된다. 자동적으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신념도 형성된다.

 

전자의 의자 제조공장 노동자는 효율적인 공정을 통해 하루에도 수백개의 의자를 생산해내지만 사실 그 어디에도 자신이 만든 의자는 없다.

따라서 의자를 구매하는 사람의 구매만족도와 자신의 업무 만족도는 큰 상관을 가지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노동을 통해 기쁨과 보람을 얻지 못하고 무기력에 쉽게 노출된다.

이러한 현상은 치과에서도 예외가 아닌듯하다. 물론 위의 유니트체어 배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노동소외 현상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하지만 그 요인들의 본질을 뜯어보면 하나의 명제로 귀결된다. ‘업무효율이 높아질수록 노동 소외가 증가하고, 업무효율이 낮아질수록 노동 소외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소외와 무기력만을 걱정한 나머지 진료 효율을 극도로 낮추게 되면 의료인의 환자에 대한 신념과 관심은 높아지는 반면 경영적인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고, 반대로 진료효율을 위해 최대한 많은 환자를 단시간에 보는 것만이 목적이 되면 의료인과 환자 간의 감성적 유대를 끊어 놓음으로써 노동소외로 인한 무기력을 자극할 수 있다.

 

어떤 형태가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우리 치과의 모토와 콘셉트에 맞는 구조인지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내고자 환자와의 소통이 어려운 업무 환경을 마련해놓고는 환자에 대한 마음과 신념이 없는 의료인의 마인드를 탓한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반대로 효율을 낮추는 대신 의료인과 환자의 자아를 연결하기 위한 컨셉을 잡은 치과에서 고수가가 아닌 저수가 진료 정책을 고집한다면 경영적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자가 이러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무형의 상실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다면 경영에 도움되지 않는 엉뚱한 분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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