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7만 인구가 줄어든다 … 치과계 대비는?
매년 57만 인구가 줄어든다 … 치과계 대비는?
  • 이현정 기자
  • 승인 2023.03.23 11:22
  • 호수 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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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리학회,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 초청 학술집담회 … 인구 구조 및 가구 변화 따른 대응 모색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가 인구 변화가 치과계에 주는 함의 등을 전달하는 강연을 펼쳤다.

“지금까지의 3~4인 가구 중심에서 준고령 부부가구 중심으로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런 변화는 근거리 상권이 커질 가능성을 의미할 거고요. 소아인구는 감소되긴 하지만 부모의 경제력 변화를 반드시 고려해 치과계도 앞으로의 포지션을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회장 김홍기)가 지난 3월 18일 3월 학술집담회를 열고, 국내 대표 인구학자 조영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미래 인구 및 가구 변화가 치과계에 주는 함의를 살펴보고, 대비책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학술집담회는 초고령화, 초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이 예고되는 미래, 치과계가 어떤 현상을 고려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조영태 교수는 “한국은 현재 인구 증가세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다이아몬드 형태의 인구 구조가 역삼각으로 바뀌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전문직도 인구 변화의 여파를 피해가기 힘든 만큼 주요 인구 현상을 미리 파악해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생아 20년새 64만→27만으로

조영태 교수에 따르면 2050년경부터 우리나라 인구는 매년 40~57만 명씩 줄어든다.
2050년이면 현재 60세 안팎인 베이비붐 1세대가 90대에 접어듦에 따라 약 95만 명씩 태어났던 이들 세대의 70만 명 정도가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

그러나 2050년 출산율은 2020년에 태어난 27만여 명의 아이 중 여아가 절반 정도라고 감안할 때, 이들이 성인이 돼 자녀를 1명씩 낳아야 약 13만 명 정도가 태어난다.
70만 명이 사망하고, 13만 명 정도가 태어나는 미래, 즉 인구의 57만 명이 한 해씩 줄어드는 일은 이미 ‘정해진 미래’다.

실제로 출생아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000년에 64만 명, 2003년에 49만5000명을 기록한 데 이어 2016년까지 40만 명대를 유지했지만 2017년 36만 명, 2020년 27만 명으로 20년 새에도 크게 줄었다.

조 교수는 “몸담고 있는 대학원의 경우도 석사과정 경쟁률이 보통 4대 1 정도를 기록했으나 몇 년 새에 2.5~2대 1 수준으로 낮아져 출생아 감소를 체감한다”면서 “지금도 뚝 떨어졌지만, 앞으로 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붐 세대, 준고령화 부부 가구 증가

이 같은 인구 변화에 따라 실제 많은 기업들이 미래 중장기 전략 및 인력수급 계획을 점검하는 등 미래를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고 있다.
치과계 역시 이 같은 인구 변화에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라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조 교수는 △베이비붐 1세대는 산업화 세대와 다르다는 점 △주요 가구 수는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는 점 △인구가 바뀌면 동네 상권도 바뀐다는 점 △‘어쩌다 부모’는 줄고 ‘준비된 부모’가 늘어난다는 점 등의 인구 현상을 치과 개원가가 고려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산업화 세대란 1955년 이전에 태어난 이들로, 현재 60대 후반의 노인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현재 한국 실버산업의 주요 타겟이다.
그러나 2030년에 고령층으로 신규 진입하는 베이비부머 1세대는 산업화 세대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베이비부머 1세대는 1955~1964년 사이 태어난 이들로, 전쟁 직후‧가족 계획 시행 이전에 높은 출산율로 각 연령당 96~100만 명씩 태어났다.

조 교수는 “2010년대까지 우리 사회 주연으로 활약한 베이비부머 1세대는 온라인 쇼핑도 하고,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활기찬 노인”이라면서 “베이비 부머들의 경제활동, 치아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면 단지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치과 내원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화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는 가구 형태에서도 차이가 있다.
산업화세대가 1인가구 31%> 부부가구 29%>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3인 이상 가구가 22%인데 반해 베이비부머 세대는 부부가구가 33%> 1인가구가 23%로 변화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장 주를 이루던 3~4인 가구 중심에서 앞으로 준고령 부부가구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면서 “준고령 부부가구의 증가는 근거리 상권이 커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가 강연에서 예를 든 군포시의 경우, 2015년 이후 1만8000여 명의 인구가 감소해 현재 26만명이 유지되고 있다.
옛날에는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도시로 역할을 했던 군포에서 이미 30대 인구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영유아‧초등학생용 상권이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미 군포시에 살고 있던 50~60대가 증가하는 추세다. 30대 3~4인 가구는 1만가구에서 6,000가구로 줄었고, 지역 시장에서 60대 부부 가구가 중요한 세대로 떠오르고 있다.

조 교수는 "군포를 포함한 주변 지역의 혼인 연령대 인구가 감소하고, 앞으로 혼인인구 증가는 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50대 이후 군포 시민의 이주 가능성은 높지 않으므로 이에 맞춘 도시 인프라 조정에 들어가 권역 중심 치과와 근거리 중심의 치과로 상권이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 교수는 소아인구가 줄고 있지만 ‘준비된 부모’가 늘고 있다는 점도 치과계가 참고할 만한 사항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세대들은 모든 조건이 갖춰졌을 때 결혼을 하고, 준비되지 않으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면서 “아이 부모들의 경제력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 인구가 줄고 있지만 프리미엄 육아용품 시장은 2015년에서 2020년까지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예도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2027년부터 25~34세 급감 … 직원 구인 더욱 악화 

그는 최근 치과 개원가가 겪고 있는 구인난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치과 직원의 주요 연령대를 이루는 25~34세 인구의 변화는 직원 구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현재 25~34세 경제활동인구는 650만 명 수준으로 치과계에서도 어느 치과는 구인난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어느 치과는 구인난을 심각하게 느끼는 편차가 있는 정도일 수 있다”면서 “650만 명 수준의 경제활동인구는 2026년까지 유지되지만, 2030년까지 4년 동안 90만 명이 줄고, 2035년까지 또 80만 명이 줄어 9년 동안 약 180만 명에 가까운 이 연령대의 경제활동 인구가 줄면 환자보다 직원을 보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인구 감소에 따른 구인난은 지금도 진행 중이서 이미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혜택을 지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면서 “치과계에서도 유입될 직원들의 혜택과 근무환경을 적극 고민하고, 일을 하고싶은 분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확장성 큰 치과계 '희망 있다'
이 같은 인구변화 여파에 그래도 치과계는 희망이 있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가 가진 확장성에 그는 주목했다. 다른 학문 또는 기업과의 연동성이 높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사업으로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 

조 교수는 "이 같은 확장성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면서 "후속 세대의 우수 인재상은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될 것이며, 치과의사 또한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확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관리학회 김홍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는 앞으로 치과계 여러 현안에서 해답을 찾는 과정을 밟을 계획"이라면서 "인구의 관점에서 치과계가 당면한 문제에 어떻게 힘을 모으고 해결할 것인가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김홍기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김홍기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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