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경영] 치과교육자에게 필요한 진화론
[치과경영] 치과교육자에게 필요한 진화론
  • 덴탈iN 기자
  • 승인 2023.03.16 09:30
  • 호수 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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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에 따르면 자연환경에 더 적응하기 유리한 조건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게 되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도태돼 사라진다고 한다.

인간은 선사시대 이전부터 자연의 압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척박한 환경에 놓인 한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사람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알아내야만 했을 것이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배탈이 나고, 어떤 행동을 해야 불을 피울 수 있으며, 비가 오기 전에 어떤 전조증상이 있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어야만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특정 결과가 있다고 했을 때 어떤 것이 원인이 돼서 이러한 결과치가 나왔는지를 알게 되는 능력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연구에 따르면 몇몇 동물들 또한 단순한 인과관계(고전적 조건형성)를 넘어 보다 높은 차원의 인과관계(조작적 조건형성)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엄청난 대뇌의 발달로 인해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던 현상들끼리의 인과관계 구조를 파악해 낸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현상들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인류에겐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선대의 지혜에 올라탈 수 있는 문자라는 개념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로소 다른 동물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우리가 이 역사적 추론으로부터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사실 이정도 내용만으론 부족한 감이 있다.

하지만 상관관계라는 개념을 추가하게 되면 말이 달라진다. 상관관계란 인과관계만큼 강력한 원인이라 보긴 어렵지만 특정 현상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는 관계이므로, 결과 발현 능력만 본다면 인과관계의 하위호환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존재들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에 대한 태도다. 인간은 특정 결과에 인과관계 말고도 상관관계라는 게 있음을 자각함으로써 새로운 인과관계를 만들어 낸다.

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상관관계의 유효성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막대한 결과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만약 불을 피우기 위해 나무에 마찰열만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과 마찰열 뿐만 아니라 습도, 바람의 방향, 나무의 재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있다면 둘 사이에는 불이라는 결과를 마주하기까지 큰 차이가 발생 할 것이다.

그리고 후자의 인간이 산소와 열라는 불의 궁극적 본질에 다가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과에서 일을 하다보면 고년차 직원과 저년차 직원의 인식차이도 이와 같음을 알 수 있다.

고년차 직원은 오랫동안 치과에서 일하면서 환자를 만족시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에 기반한다. 자신의 표정 하나, 단어 선택 하나, 환자가 이전에 했던 말들을 기억하는 것 등 이러한 사소한 것들 까지 환자의 만족이라는 결과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그 정도의 경험이 부족한 직원의 경우 고년차 직원이 아무리 강조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웃지 않았어도 내가 쓰고싶은 단어를 썼어도 만족한다고 했던 환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이 쌓이고 훨씬 많은 환자를 접하면서 만족과 불만족 사이의 본질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이것은 논리학에서 귀납법이라 부르는 진리를 찾는 방법 중 하나에 해당한다)

그리고 왜 지금까지 이 잔소리하는 선배가 치과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굳이 진화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치과에서 직원들이 상관관계에 좀 더 빨리 눈을 뜨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체 세미나를 포함한 다양한 교육 등을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 교육을 담당하는 관리자는 인간의 인식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출력하기 위해 반드시 경험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들어서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과 깊이 깨닫고 느껴서 이해한 것 사이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식적 간극이 존재한다. 신라시대의 승려였던 원효대사는 해골물을 마신 후에서야 마침내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라는 명제를 깊이 깨우치게 됐다.

하지만 원효대사가 이 명제를 전혀 몰랐을까? 나는 절대 아닐거라 확신한다.

누군가는 이 명제가 얼마나 중요한 명제인지 그에게 누누이 얘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단지 머리로만 알고 있었을 뿐 그것을 행동화 시킬 결정적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알려줬는데 왜 하라는 데로 안할까?”라고 의문 삼는데서 그칠 게 아니라. “아직 이 상관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할 만큼 충분한 경험이 없구나라는 다른 관점에서도 볼 수 있어야 피교육자의 성장에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교육자도 마찬가지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자신이 가르친 피교육자 중에 쉽게쉽게 이해하고 빨리빨리 행동으로 출력하는 직원들을 근거로 자신의 교육방식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아직 피교육자의 깨달음을 유도하기 위한상관관계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자 입장에서 피교육자가 어떤 경험을 했을 때 어떤 교육을 받았을 때 교육 내용들을 더 잘 이해하고 행동화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내려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진화돼 있는 스스로의 자아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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