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비급여 공개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주목
헌재, 비급여 공개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주목
  • 박천호 기자
  • 승인 2022.05.25 17:11
  • 호수 1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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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공개변론 열고 참고인 및 이해관계자 주장 청취
김민겸 회장 “의사 직업자유 침해 및 환자 개인정보 침해 심각성” 피력

헌법재판소가 지난 519일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및 현황조사 등을 규정한 의료법 제45조의2 1항 등에 대한 위헌 소송의 공개변론을 개최한 가운데 비급여 헌법소원 소송단 대표를 맡고 있는 김민겸(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이 청구인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료계의 입장을 피력했다.

2021헌마374, 2021헌마743, 2021헌마1043 사건을 병합해 진행된 공개변론은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비급여 진료비용 항목 및 금액, 진료 내역 등을 보고하고, 복지부 장관이 이를 바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을 조사분석해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이 의사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일반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다.

공개변론에는 서울시치과의사회 김민겸 회장을 비롯해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임민식 부회장, 단국의대 박영욱 교수 등이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이해관계인의 참고인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 서남규 실장이 참석했다.

서울시치과의사회 소송단 등 청구인 측은 개인의 인격 및 사생활의 핵심을 이루는 환자 의료정보를 제3(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은 의료공급자 및 소비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의사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는 의료기관의 최저가 경쟁을 촉발시켜 소규모 영세 의료기관의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어 의사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이해관계자인 보건복지부 측은 비급여 관련 자료제출 시 비급여 진료현황 파악을 우해 객관적인 의료정보만 포함할 뿐 환자의 개인정보 등은 제외할 예정이라며 보고의무가 신설됐다는 사정만으로 의료소비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할 수 없고, 의료소비자가 단순히 가격만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급여 진료빕용을 공개한다고 해서 최저가 경쟁이 촉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의료기관 저수가 경쟁 환자 피해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민겸 회장은 급여진료의 경우 난이도에 따라 수가가 달라지고 재료대도 추가할 수 있지만 정부의 비급여 공개 제도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단순한 가격 비교에 그치고 있다면서 앞니 치료에 사용되는 올세라믹 크라운의 경우 제조회사, 수입여부 등에 따라 여러 타입이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가격만 비교해 세부적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낮은 수가의 의료기관만을 선호하고, 의료인은 가장 원가가 낮은 재료와 치료기법에 내몰린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심평원 데이터가 나오자마자 이를 도용한 민간 의료비 플랫폼 지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의료의 질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주위 치과와 가격만 비교된다면 의료의 질보다 가격이 우선될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김 회장은 비급여 공개항목은 중요성에 비해 어떤 항목을 공개할지 결정기준이 모호한 문제점이 있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비급여 보고 항목도 비급여 공개와 동일하게 심평원이나 공단의 자의적 판단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심평원은 비급여 공개를 결정한 이후 민간 플랫폼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 제재수단 없이 방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개인정보 침해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로 분류되는 의료정보는 주요 해킹표적이라며 미국의 경우 의료정보 보호를 위한 별도 법령이 존재하지만 이 사건조항에 대해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환자 동의를 받지 않고 진료내역 제출을 강제하는 것은 의료인의 양심 자유와 환자 개인정보를 중대하게 침해한다면서 정부가 수시 개정을 통해 언제든 바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음에 따라 이럴 경우 국민의 의료정보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민간보험사 등으로 유출될 수 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김 회장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은 기존의 제도로도 충분하다면서 이 사건조항으로 대다수 영세한 의료기관은 저수가 경쟁으로 내몰리고,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해관계인 참고인으로 나온 서남규(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 실장은 비급여 보고제도는 비급여 실태파악과 분석을 위한 제도로 의료기관의 우려처럼 직업의 자유나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더 높은 품질을 위한 경쟁이 가능해지고,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들은 개인정보의 침해 가능성과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보고의무에 포함된 항목이 개인의 민감한 정보인지, 민감하지 않은 정보인지 구분하는 기준 등을 질문했다. 보고받는 내역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가,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특정될 가능성이 없는지, 희귀난치성 질병도 해당되는 지를 비롯해 축적된 의료정보의 보관 및 관리 주체, 의료정보 분실과 도난, 위조, 변조 등에 대한 관리책 등의 질문이 나왔다.

 

새 정부 전면 재검토촉구

한편 공개변론 후 김민겸 회장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정의와 상식에 입각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요청했다.

김 회장은 정의와 상식에 어긋난 정책이 왜곡 추진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최고의 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국민 기본권 침해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 달라면서 새롭게 출범한 정부에서 이 비급여 관리대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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