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조근정훈장 수상하며 정년퇴임한 이덕혜(동남보건대학교 치기공과) 교수
[인터뷰] 황조근정훈장 수상하며 정년퇴임한 이덕혜(동남보건대학교 치기공과) 교수
  • 이현정 기자
  • 승인 2022.04.01 15:52
  • 호수 1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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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기공의 매력은 소통과 협력이죠”

치과기공은 상호 보완과 협력을 배울 수 있는 분야입니다.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소통을 통해 일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죠. 그렇기에 교직에 있는 동안 제자들에게 늘 협력과 배려, 소통을 강조해왔어요

지난 2, 44년 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이덕혜(동남보건대 치기공과) 교수가 교직에 몸담은 동안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를 이처럼 이야기하며, 퇴임 소회를 전했다.

19782월 신구대학을 졸업한 이 교수는 같은 해 5월 모교에서 조교로 근무한 것을 시작으로, 19833월부터 동남보건대학교에서 몸담으며 국내 우수한 치과기공인력을 배출하는 데에 평생을 바쳐왔다.

동남보건대에서 배출한 졸업생만도 약 3800여 명. 이 교수는 우수한 전문기술인 양성과 치과기공분야 교육의 질적 향상에 헌신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28일 황조근정훈장을 수상하며 40여 년의 교직생활을 영예롭게 마무리했다. 황조근정훈장은 공무원 혹은 교육자 중 직무와 관련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이 교수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보다 소통과 협력을 가장 강조해왔다. 그것은 치과기공의 변치않는 기본이자 근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치과기공 영역이 혼자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보니, 서로 이해하고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어요. 학생들이 막상 들을 때는 무슨 이야긴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도 짓곤 했죠. 그래도 틈만 나면 이야기를 해왔는데, 당장은 아니어도 나중에야 , 교수님 말씀이 이 뜻이었구나라고 깨달았다는 얘기를 제자들이 많이 하더라고요

세대는 많이 변했고, 치과기공을 둘러싼 환경도 변했지만 이 교수가 기본으로 여겨온 이 가치들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제자들과의 세대 차이도 계속 커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젊은 제자들과의 거리를 좁혀온 비결 역시 소통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교수는 소통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공의 자긍심을 키우고, 학생들과의 끈끈한 유대관계 속에 학업 성취도를 높여 2006년 부총리 겸 교육인정자원부장관 표창을 수상했을 만큼 대내외적으로 진정한 교육자이자 선배로서 인정 받아왔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달리 한 것은 없습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학생들이 저를 찾아온 것은 고민이 있고, 해결이 안 돼서 온 거잖아요. 답은 본인이 찾아야 하는 겁니다. 끝까지 들어줍니다. 다 듣고 나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줘요. 그런데, 듣기만 하는 것만으로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민을 덜어가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소통 그리고 소통을 위한 경청이 알고보면 비결이었던 것 같아요

이 교수는 이 같은 소통뿐만 아니라 꾸준히 공부해야만 하고, 자기 실력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치과기공의 매력이라고 꼽았다.

치과계에 몸담은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치과기공 역시 장비나 재료, 기술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잠시라도 느슨히 있지 않고, 늘 자신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그로 인해 발전하는 것이 참 가치 있잖아요. 또 처음 배울 때는 너무 고생스럽고 힘들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에는 좀 더 효율적인 테크닉과 노하우를 고민하고. 내가 하는 만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여서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치과기공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이 교수는 공존이라는 기본 가치는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소통과 협력을 강조해왔던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가운데서도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공존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환경 변화에 따라 능동적이고, 구체적으로 치기공 교육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교직에 몸담은 2006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추진한 치과기공사 국가시험을 위한 프로토콜 개발분야 위원장을 지내면서 치과기공사의 직무를 분석하고, 현재의 치과기공사 국가고시의 기초를 마련한 핵심인물이다.

국시원 치과기공사 시험위원 및 실기시험 전문위원으로 국가고시 문항 개발과 국가시험 문제의 개선 및 효율적인 운영을 주도해오기도 했다. 누구보다 치기공 교육의 현재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고민이 많았던 그다.

예를 들어 IT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CAD 디자인이 더욱 전문화하고 있는 흐름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죠. 치과기공사의 역량이 더욱 빛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좀 더 폭넓은 실무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학교가 뒷받침한다면 치과기공 인력들이 더 많은 분야에서 더 잘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교직에서만 꼬박 한 길을 걸어온 이 교수의 인생 시즌 1이 막을 내렸다. 교수로서는 퇴임했지만, 치과기공사로서는 아직 퇴임하지 않은 그는 새로운 도전으로 시즌 2를 열 계획이다. 그동안 경기도 내 무의탁 노인 등 취약계층 대상의 봉사활동이나 대학 내 학술정보관장을 맡으며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고민해왔듯이 두루두루 주변과 더불어 살며 열정을 다해보고픈 바람이다.

기공계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고 싶어요. 일선의 많은 치과기공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환경에서 비타민 같은 치과기공사 선배로 곁에 있고 싶습니다. 많은 치과기공사들이 지금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갖길 바라요. 열심히 일을 하는 가운데서도 자기 생활의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아가길 응원합니다. 사람 대하는 일만큼은 평생 자신 있던 일인데요. 퇴직 후에도 많은 치과기공사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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