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처벌받더라도 이득금 챙기는 선례 남긴 잘못된 판결”
최근 인천에서 무면허 치과진료를 한 50대 여성이 적발됐다.
해당 여성은 치과의사가 아님에도 지난해 4월부터 2개월간 피해자 A씨의 치아를 깎아내는 등의 보철시술을 하고 치료비 명목으로 현금 200만 원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 A씨는 양쪽 위아래 어금니가 결손되고, 치주염 등이 발생해 부정교합이 생겼다.
이로 인해 A씨는 2,0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으며, 지난해 10월 경찰서를 방문해 이 같은 피해사실에 대해 입증할 병원 소견서를 제출하고 신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인천지방검찰청은 해당 여성에게 벌금 200만 원 구약식 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이 여성의 의료법 위반 불법 의료행위만을 인정하고,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는 반영하지 않아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치과계에는 일부 치과기공사나 치과위생사의 무면허 치과 시술에 대한 소식이 종종 들려오곤 한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개인 방문 진료뿐만 아니라 네일아트숍과 같은 업장에서 치아 시술을 감행하는 등 점차적으로 진료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의료법상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87조(벌칙)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87조의2(벌칙)에 따라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법진료행위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이 미비한 탓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야매’, ‘머구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상훈) 김재성 법제이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매우 불합리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성 법제이사는 “시간적, 정신적 고통을 제외하고도 금전적 2,000만 원의 손해를 입힌 범죄자에게 고작 2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한다면 누가 법을 무서워하고 법을 지키려 하겠느냐”면서 “무자격자가 불법진료를 자행하고 처벌을 받더라도 이득금을 챙길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잘못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이고, 신체상 막대한 손상을 입혔는데도 과실치상죄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잘못된 것”이라며 “혹여 피해자가 법을 몰라 과실치상죄의 법 적용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간과하고 처리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처리”라고 말했다.
또한 “무면허 치과진료의 피해자 대부분은 안타깝게도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서민이나, 고액의 치과 진료를 부담스러워하는 노년층, 사회적으로 약자인 경우가 대다수이며. 불법 시술을 받고 극심한 부작용에 시달려도 이를 제대로 대처하거나 해결할 능력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무면허 치과진료는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챙기고, 환자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악질 범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법제이사는 무면허 시술 처벌 강화와 더불어 환자들의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법제이사는 “이러한 행위는 결국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보건의료체계 질서를 왜곡할 우려가 있으므로 국가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는 불법진료를 발굴하고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해서는 치과계와 사법당국이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65세 이상이면 치과 임플란트, 틀니 등 치과치료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고 있으므로, 무조건 싼값에 무면허 시술을 찾으려고만 해선 안된다. 이는 오히려 경제적 손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치과치료를 받으면 영구장애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으므로 반드시 정상적인 치과 병원을 찾아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