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목소리는 “지금 녹음 중입니다”
원장님 목소리는 “지금 녹음 중입니다”
  • 이가영 기자
  • 승인 2020.09.24 10:25
  • 호수 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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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녹취 환자 ‘증가’ … 환자 “혹시 모르니까?”

환자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녹취”
한 원장 “환자에게 녹취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상황”

치과 치료 전 가격이나 치료 방향 상담할 때 녹음은 필수로 합시다

한 치과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는 이와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또 다른 게시글에는 모든 대화내용, 상담내용, 치료과정 중 대화 내용 등 전부 녹음 필수로 하세요. 혹시 모르는 일 아니겠어요? 이것 외엔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니까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손쉽게 음성을 녹취할 수 있는 녹음 기능이 대중화되면서 진료 기록 혹은 의료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진료를 녹취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소아과 의사와 상담하던 환자의 보호자가 의사 몰래 상담내용을 녹취하다가 이 사실이 드러나자 황급히 진료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물론 환자가 의사의 말을 몰래 녹취한다고 해서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진료실 내 녹취는 의료법이 아닌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정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당사자 간 대화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당사자일 경우 동의 없이 녹취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다만, 녹취록을 공개해 상대방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시 이에 대한 민사적인 책임은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이 만일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려 불합리하게 피해를 보게 될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 녹취 환자의 입장이다.

그러나 매일 환자를 만나 상담과 치료를 진행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치과의사는 치료 방향을 설명하는 도중에 다른 병원에서 받았던 상담 녹취 내용을 들려주는 환자도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지금은 되려 녹취를 권유하기도 한다환자에게 녹취를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상담내용에 문제가 될만한 부분이 없다는걸 알면서도 녹취를 하고 있다고 인식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하지만 이 같은 행동의 기저에는 의료진을 향한 불신이 깔려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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