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해외진출] 베트남 현지 치과이야기 #37
[치과의사 해외진출] 베트남 현지 치과이야기 #37
  • 덴탈iN
  • 승인 2020.07.03 14:55
  • 호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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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야기한대로 출장을 다니며 여기저기 명함을 건네고,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뭐라도 된 양 잔뜩 신이 났던 부끄러운 시절이 있었다.

어딜가나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해주니 마치 그것이 무엇을 이룬 것마냥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부끄러운 기억이다. 필자가 이렇게 외부활동을 하면서 놓쳤던 부분은 이것이 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컨데 투자유치의 경우 정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고, 아무리 사업성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내 것을 내어놓을 각오가 없다면 절대 성사시킬 수 없다.

전략적 투자자이건 재무적 투자자이건, 혹은 엑셀러레이터든 벤쳐캐피탈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돈만 우리에게 주고 사업도 우리 마음대로 하는 아주 한심하고 어리석은 꿈을 꾸고 있었다.

치과는 내것이다라는 치과의사 특유의 마인드를 버리지 못했기에 일반 비즈니스 세계의 투자 유치 및 사업 구조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부족했다.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금을 펀딩해 투자를 실행하면 약정된 이상의 수익금과 투자자들의 경영방침에 맞는 운영을 끊임없이 요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치과의사인 우리는 이 치과는 내가 진료를 하는건데 왜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하는가?’ 라는 의식에 머물기 마련이다.

진료와 경영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사의 소신으로 진료를 하는 것과 진료로 인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 사이에 선이 불분명 했던 것이다.

우리 내부에서도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고, 이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필자는 당시 그런 것을 조율하거나 이해하는 것보다 몸이 먼저 앞섰고, 그렇다보니 관심 있는 투자자의 조건을 듣고 와서 동료들에게 전달하면 백이면 백 그렇게 손해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을 겪게 됐다.

외부 투자 없는 병원 확장은 요원하고, 그렇다고 투자를 받기에는 조건 조율이 어렵고, 몸은 쉴새 없이 바쁜데 비해 성과가 전혀 없는 시간이었다.

독자들은 잘 알겠지만 치과진료는 매우 정직한 노동이다. 몸을 쓰고 시간을 투자한만큼 수익이 발생한다. 부가가치가 높고 낮은 것은 있겠지만 어찌됐든 우리는 현장에서 몸을 써서 수익이 발생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필자가 하는 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자리를 계속 비우게 되니 필자가 보던 진료에 차질이 생겼고, 필자의 소아진료는 다른 누가 백업을 해줄 수 있는 진료들이 아니었기에 병원 운영에도 어려움이 쌓여갔다.

게다가 회사의 경영도 확실한 업무 분담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백이 생겨 여기저기 혼선이 생기고 있었다.

진료와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고,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가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중 누군가는 우려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확장기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작은 위기 정도로 치부했고, 그 결과 병원의 운영이 큰 위기를 맞고 있었다.

19년도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대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큰 위기감이 들었고, 확장을 최우선으로 하던 우리의 사업방향을 전면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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