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 치과이야기 #34
우리가 여러 가지 매물을 알아보고 인허가 관련해서 귀찮을 정도로 기관에 문의를 하게 되면서 현지 보건부 공무원과의 접촉이 잦아졌고, 외국인이 현지 치과에 이 정도로 관심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보니 그들과 나름대로의 좋은 관계를 이어가게 됐다.
학술적으로 추진하는 현지 대학과 한국 대학과의 다양한 교류를 만들 때도 이 공무원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전에 말했든 이 공무원도 호치민 의대 출신이라 나름 보건 의료 쪽으로의 발전에 야심도 가지고 있는 친구다.
이 공무원은 개설부터 폐업까지 모두 승인을 내는 위치에 있는데, 우리에게 현지 치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몰랐던 것들도 많이 배웠다.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베트남은 연중 가장 큰 관심사가 우리나라의 구정 연휴에 해당하는 뗏(Tet) 이라는 명절이다. 추석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1년에 1번만 추수를 해야 추석이 의미가 있지, 1년에 3번씩 추수를 하는 베트남에서는 명절처럼 긴 연휴가 있지는 않다.
1년에 한번 추수를 하는 북쪽은 모르겠지만, 필자가 거주하는 남부에서는 그저 친한 사람들끼리 추석에 먹는 월병 같은 전통음식을 선물하는 것이 전부다.
이렇다보니 뗏이 거의 1년 중 유일한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짧게는 공식연휴 1주일, 회사에 따라 길게는 정말 한달까지도 근로자들이 쉬는 경우도 생긴다.
중국에서 이동을 하느라 명절이 긴 것처럼, 땅이 넓어서가 아닌 교통수단이 열악해서 오래 쉬는 의미도 있다.
이때 사업상 중요한 점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의 퇴직금 1년 정산 같은 개념으로 뗏 보너스, 13번째 월급이라고 하는 지출이 발생한다. 길게는 한달 가량을 영업 손실을 보는데 직원 급여는 두배로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뗏 전에는 소비 심리가 가장 높을 때라 일반 상점뿐 아니라 병원 매출도 가장 높은 시기이다.
흔히 우리가 예전에 말하듯 명절 전에 ‘이 해놓고 고향 갈래요’ 하는 것이 베트남에서도 기가 막히게 같아서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 소규모의 사업가들이 하는 치과들은 뗏 전에 매출을 부풀리거나, 혹은 실제로 이익을 쌓아놓고 뗏 기간이 되면 문을 닫고 매물로 내놓는다.
뗏을 전후해 많은 매물들이 저렴한 가격에 나오는 것이다. 사업가들 같은 경우 그동안 수익을 몇 년 창출했고 베트남식 개설에는 지출이 크지 않으니 시설 비용 정도만 받고 이른바 ‘본전치기’를 한 다음 다시 경기가 좋은 시기에 재개원을 하는 방식을 쓴다.
그래서 이때 주로 본점과 함께 잘되는 몇 개 지점을 가진 치과들에서 지점 한,두개를 매물로 내놓고, 다시 개원하면 단기간에 네임 밸류와 공동 마케팅을 이용해 새로 연 지점에서 또 매출을 창출하고 뗏 지나서 다시 매물로 내놓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치과의사인 우리 입장에서 보면 ‘환자는 어쩌고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차피 심미치료와 미백, 단순 발치 등의 호흡이 짧은 치료만 해왔고, 그런 치료밖에 할 수 없는 라이선스라 사업가들에게 환자란 그다지 안중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현지 치과 중 하나가 우리에게 연락을 취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