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는 필자가 느낄 때,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호치민과 다른 나라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판이하게 돌아가는 인허가 및 행정 절차였다.
기본적인 틀은 같지만 실제로 일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호치민과 하노이는 정말 달랐다.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호치민에 계신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하노이가 멀어서 일이 오래 걸린다’ 하는 것이다.
호치민에서 자체적으로 행정 처리하는 일들이 있고, 하노이로 이관돼 처리되는 일들이 있는데 이것이 워낙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나온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다.
따라서 우리는 호치민보다 훨씬 더 정석대로 진행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절차를 진행할 때마다 호치민에서 겪었던 반응과는 또 다르게, 우리를 거의 문전박대하듯 대하는 것이었다.
호치민은 꽤 개방적인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걸쳐있어 관공서에 가더라도 나름 호의적으로 외국인들을 대해주고, 만약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있을지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에 반해 하노이는 꽉 막혀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우리는 그래도 현지 지인분의 도움으로 인허가와 행정절차 등은 막히는 부분을 나름 잘 해결해 나가고 있었지만, 현지인 관리인력의 개념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치과운영의 개념과의 괴리를 맞추는 것에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았다.
이 칼럼 전반에 걸쳐서 계속 언급하듯이 해외, 특히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에서 치과를 하면서 가장 버거운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개념의 수준과 그들이 생각의 차이는 정말 크다.
비단 치과 운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도 단순히 문화적 차이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있기도 하지만,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의 차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들도 사실 있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지 지점을 운영하면서 점차 맞춰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그 과정에서 현지식 운영방법의 기본을 배우고 그 토대로 발전시키고자 했었다.
다만, 그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운영 시작 이후 일정 수준의 수입이 발생하기까지의 기간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요원하겠다고 판단, 하노이 지점을 중단해야겠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현재도 하노이 지역에서 치과를 운영할 수 있는 라이선스와 기타 제반 운영 허가 등은 유치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운영은 아예 중단한 상태다.
이후 우리는 아직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며, 사람의 손과 입을 빌려서 운영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사업을 한다는 분들을 만나다 보면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사업은 아이템으로 하는 것이고, 자본과 실무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즉 넘치는 자신감과 희망으로 가득찬 시기에는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또 아마 이런 희망적인 매력 때문에 자꾸만 무언가 시도하는 사업가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사업적으로 아직도 한참 갈 길이 멀기에, 지금은 그런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
결국 타인과 다른 자본을 이용하려고 하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을 꺾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분명 사업적으로 성공을 이루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내가 무엇이든 도와줄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실제로 일을 할 때 내 마음같이 일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금전적인 손해 또한 절대 생겨서는 안 되는 것이 사업 운영의 철칙이기에, 실제로는 손해를 보고 있으면서도 수업료를 낸 것이라 애써 뼈아프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노이 지점에 대한 중단 결정을 내려가는 중에 우리는 호치민 내에 현지인 지역에 또 다른 지점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다.
이곳은 생각보다 꽤 재미있게 운영이 됐고, 결과적으로도 꽤 괜찮은 곳이었다.
실제로 현지 치과에 대한 운영과 기공소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도 이곳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다음 호에 이어서 이야기 해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