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해외진출] 베트남 현지 치과 이야기 #28
[치과의사 해외진출] 베트남 현지 치과 이야기 #28
  • 덴탈iN
  • 승인 2020.04.17 13:32
  • 호수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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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고민 끝에 현지 치과의 지점들을 하나씩 늘리기로 결정하고, 하노이 지점부터 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앞서 말했듯 치과계에 종사하던 베트남 지인분의 소개로 하노이 쪽을 알게 됐다. 그와 동시에 현지에서 치과 인허가 관련된 일을 하는 에이전트를 통해 저평가된 매물을 찾기 시작했고, 여러 곳을 추천받아 물색하기 시작했다.

현지 치과에 대한 이해가 나름 있었다고 자부했음에도, 우리가 실제로 돌아다니며 속속들이 방문하고 둘러본 현지 치과의 상황은 한국 치과의사의 시선에서 봤을 때 굉장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각 나라 및 각 시장마다 특유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한가지 기준에서 우위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아무리 의료를 사업적인 방향으로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기준에 맞춰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앞서 몇 차례 설명한 바 있지만, 베트남 시장은 이런 부분에서 한국 치과의사들과 괴리감이 상당히 많이 발생하게 된다.

독한 마음을 먹고 사업하러 갔으니 현지식대로 무조건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실패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지에는 환자들이 우리보다 싸고 접근하기 쉽게 치료라고 부르는 행위들을 할 수 있는 이른바 야매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리는 것은 중상급 이상의 치료 수준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그런 니즈가 있는 타겟층에게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는 치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시장이 곧 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때를 대비해 우리의 영향력 하에 있는 병원 지점들을 늘리면서 우리만의 한국식 경험을 녹여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몇 달 후, 우리는 하노이 운영을 접게 됐다. 그 이유를 포함해 일련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다.

베트남에 있는 치과들은 호치민과 하노이를 포함해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목, 이른바 명당에 위치해 이동하면서 들를 수 있는 곳들이 아니다. 베트남의 문화는 우리처럼 점으로 연결돼있는 생활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점과 점 사이를 계속 오고 가는 유동인구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한 점을 중심으로 상권이 뛰어나게 발달해있고 그 점들도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중심상업지구 등등 각 지역마다 무수히 많은 점들이 있고 그 점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그곳이 발달하고 그런 점들을 잇는 선들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베트남은 무수히 많은 선들만 존재할 뿐, 중심이 되는 점들은 없는 곳이다. 본인들의 산발적인 목적지만 있을 뿐,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인다는 개념이 없는 곳이다.

이에는 사람마다 해석을 달라서 다양한 분석과 의견들이 있는데, 이것을 다 설명하고 비교해 여러 의견을 대립시키기에는 우리 취지와 맞지 않았고, 치과적인 입지 부분에 대해서만 국한해 보겠다.

물론 이것도 필자의 경험에 입각한 견해이므로 독자들은 이를 잘 감안해 이해해 주길 바란다.

우선 가장 큰 부분은 아직도 오토바이를 이용한 문화가 생활 전반에 걸쳐있다는 것이다. 이 오토바이 문화라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편리한데, 집 문 앞에서부터 개인 오토바이를 이용해 목적지 문 바로 앞까지 직접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자동차를 이용하니 똑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를 탈 수도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수도 있는 선택이 가능한 반면에, 베트남은 선택의 여지 없이 오로지 오토바이를 타야만 하기에 그 차이는 상당히 크다.

이렇다 보니 오토바이를 타는 베트남 사람들은 중간에 있는 여러 장소에 들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시작부터 목적지만을 향해서 이동하고 끝이다. 따라서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 병원을 목적지로 삼고 오도록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점이다.

당시 우리는 이제 막 병원경영회사의 틀을 잡아가는 정도였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지점을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버거웠던 시기였다. 돌이켜보면 당연한 것을 그때는 보지 못한 것도 있었다.

게다가 치과 일을 하고 있었던 베트남 지인분이 할 수 있는 역량을 너무 믿었던 것도 우리의 실수였기도 했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하노이는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기에 쉽지 않은 위치였고, 당시 우리 능력도 하노이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경영 및 관리를 손쉽게 할 수 없었던 것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현지 직원들과 의사들의 관리도 쉽지 않았고 매일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바로 처리할만한 인원이 상주하지 않다 보니 운영상 미비한 점들이 많이 발생했다.

또 처음부터 현지 시장만을 대상으로 하게 된 첫 지점인데 이런 물리적 제약까지 있으니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도 사업자등록은 유지하고 있지만, 병원 자체는 문을 닫아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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